업계, '경호처 발주 오수처리시설사업 입찰참가자격 잘못됐다' 주장
불공정 입찰로 수백개 업체 배제, 3개 업체만 특혜 받게 한 격 '지적'
한국생활하수처리협, '이게 공정 경쟁인가' 성토

 청와대 경호처 안전교육원 전경                        사진출처=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청와대 경호처 안전교육원 전경                        사진출처=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편집자 주] 청와대 대통령경호처가 발주한 콘크리트 구조 오수처리시설 사업을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해당 사업이 실질적으로는 공사(工事) 성격의 시설임에도 제조물품으로 발주됐고, 입찰참가자격까지 중복 제한되면서 경쟁이 과도하게 축소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개인하수처리업계가 입찰 개시 시점부터 문제를 공식 제기했지만 입찰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업계의 문제 제기가 신중히 검토 되지 않았고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와대가 발주한 공사에서 공정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칫 현 정부가 내세우는 상식과 공정에 흠집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관련 업계의 제보에 따라 청와대, 조달청에 대한 취재를 토대로 문제점을 정리해 본다.

논란의 발단, 내용...그리고 드러난 문제점

조달청은 2026. 4. 28. 대통령경호처 경호안전교육원 3단계 사업관급자재(오수처리시설) 구입 입찰을 위한 공고를 개시했다. 이에 앞서 3. 9. 사전규격을 공개했다.

이후 조달청은 5. 6.~5. 8. 입찰서 제출, 5. 8. 개찰 및 적격심사통보, 5. 11. 적격심사 및 초안발송, 5. 14. 계약체결의 순으로 입찰을 진행했다(조달청 답변서에 근거). 절차상 입찰 진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입찰로 보인다. 하지만 입찰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사)한국생활하수협회는 조달청 입찰 개시일인 5. 6. 입찰 실시 기관인 서울조달청에  '입찰참가자격 재검토 및 정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접수한데 이어 5. 8. 같은 내용으로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다. 조달청이 실시한 해당 입찰은 입찰참가자격을 잘못 규정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즉, 조달청이 공고한 이 건 입찰(오수처리시설)은 제조물품으로 등록한 업체를 기준으로 입찰참가자격을 정했는 바, 이는 하수도법을 위반한 것이고 환경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더라도 잘못된 입찰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건 오수처리시설 공사는 단순 제조된 관급자재로 설치할 수 없고 현장에서 콘크리트구조물로 설계ㆍ시공해야 하는 공사로 제조물품으로 등록한 업체가 시공할 수 없는 공사라는 주장이다. 

협회는 근거로 환경부가 2015. 03. 19. 규제신문고 답변을 통해 콘크리트 개인하수처리시설의 경우 현장 여건에 따라 설계ㆍ시공되는 시설로서 동일한 재질로서 제작하기 어려워 제조제품의 재질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회신 한 공문을 제시한다.

이 건 공사 시방서를 보면 '콘크리트 구조의 현장 시공형 오수처리시설'로 되어 있다. 즉 규격화된 제조물품으로 설치하는 공사가 아니라 콘크리트 구조물로 현장 설계ㆍ 시공ㆍ설치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조달청은 이 건 오수처리시설이 일반적인 제조제품을 설치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아닌 제조물품으로 분류해 입찰을 진행했다. 협회 및 업계가 이 건 입찰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다.

협회는 5. 22. 동일한 내용으로 조달청에 다시 민원을 제기하였지만 조달청은 이 민원을 '국가계약법에서 정하는 절차(공고 및 적격심사)를 통해 결정된 계약대상자에 대한 계약무효를 의미한다며 수용 불가를 결정 통보했다. 결국 이 건 입찰은 하수처리업계의 강력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5. 14. 공식 계약체결됐다. 

문제의 본질...법을 무시한 입맛대로 입찰?

현행 「하수도법」상 콘크리트 구조 오수처리시설은 제조업 등록 대상이 아니다. 즉 현재 개인하수처리시설 제조업은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등 플라스틱 재질 시설만 제조가 가능하고, 콘크리트 구조 시설은 제조업 등록이 허용되지 않는다.

하수처리업계는 그동안 콘크리트 구조 시설도 제조업 등록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꾸준히 요청해 왔지만 정부는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건 청와대 경호처 오수처리시설 입찰을 보면 콘크리트 구조 시설의 제조업 등록이 허용되지 않는 현 제도에서 콘크리트 구조 시설을 제조물품으로 발주했다. 명백한 제도적 모순이다. 입맛대로 입찰이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이건 사업은 개인하수처리시설 설계ㆍ시공업자를 배제하고 제조업체로 참가 자격을 제한한 데 이어 환경전문공사업 등록까지 요구했다. 다른 동일한 입찰에서는 볼 수 없는 이례적인 입찰이다.

이 번 입찰은 현장 여건에 따라 설계ㆍ시공되는 시설에 대한 입찰이므로 하수도법 51조에 의거 마땅히 개인하수처리시설 설계ㆍ시공업 등록 업체도 입찰참가자격에 포함됐어야 했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즉, 이 건 콘크리트 구조시설의 설치 사업을 발주하려면 개인하수처리시설 설계ㆍ시공업등록자 또는 환경전문공사업 등록자를 입찰참가자격으로 정했어야 했고, 제조업 등록업체는 입찰참가자격에서 오히려 배제됐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건 입찰은 배제됐어야 할 제조업체는 자격을 부여받았고, 당연히 참가자격이 있는 개인하수처리설계ㆍ시공업체는 배제되는 불합리한 입찰로 변질됐다. 정부가 정한 규정을 스스로 위반한 것에서 나아가 정당하게 입찰에 응할 자격이 있는 다수의 개인하수처리업체들의 입찰참가 권리를 빼앗은 셈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국적으로 수백여 개에 이르는 개인하수처리시설 설계ㆍ시공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한 반면 입찰에 참가할 자격이 없는 제조업체에게 입찰 참가자격을 부여하는 특혜를 준 결과가 됐다.

전국의 하수처리시설 설계ㆍ시공업체는 400~500여 개에 이르는 반면 제조업체등록과 동시에 환경전문공사업을 등록을 동시에 갖춘 업체는 3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수처리업계의 성토....청와대, 조달청의 상이한 답변

협회는 이번 입찰과 관련해 조달청과 청와대 대통령경호처에 발주 방식과 입찰 자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그러나 입찰 조건은 변경되지 않았고,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되어 낙찰자까지 선정됐다.

'사실상 특정 업체에 유리한 조건이 설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실제 공사를 수행하는 수백 개 업체는 입찰에 참여조차 할 수 없었고, 일부 업체만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제조도 할 수 없는 시설을 제조물품으로 발주하고 참가 자격까지 중복 제한한 것이 과연 공정한 입찰인지 묻고 싶다"라고 성토했다.

또 관계자는 "정부는 공정 경쟁과 중소기업 기회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다수의 영세 중소기업이 배제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공공입찰은 특정 업종이나 일부 업체에 유리하게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기업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라고 주창했다.

업계는 한목소리로 '이번 논란은 단순한 업계 민원을 넘어선다'라고 성토한다. 발주처, 조달청의 의도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는 입찰임을 시사하는 목소리다.

제조업 등록이 허용되지 않는 시설을 제조물품으로 발주하고, 실제 시공을 담당하는 수백 개 업체를 배제한 채 3개 업체만 참여한 입찰이 과연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 경쟁 원칙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를 넘어 의혹 차원이다.

공공입찰의 목적은 특정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많은 기업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최적의 사업자를 선정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입찰이 원칙에 부합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계속 제기하고 있는 바, 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발주처인 청와대는 이 번 입찰참가자격 문제 제기 논란에 대해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본지 취재에 대한 답변에서 "입찰참가자격은 수요기관인 경호처가 아닌 계약을 주관하는 조달청이 사업내용 등을 종합 검토한 후 결정해 공고한 것이므로 조달청에 문의하라"라고 했다.

반면 조달청 관계자는 "수요기관가 수차례 협의를 거쳐 입찰참가자격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생활하수협 관계자는 "조달청에서는 수요기관에서 하라는 데로 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생활하수협회의 민원신청에 대한 조달청의 답변서에는 '협회가 제시한 오수정화장치의 참가자격 및 입찰에 대하여 하수도법 주무부서인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질의회신 결과에 따라 향후 입찰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규격에 한하여만 물품으로 입찰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하고 있다.

협회는 "조달청의 답변은 이 건 입찰의 입찰참가자격에 문제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해석한다. 다시 말해 이 건 입찰참가자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앞으로 이 건 불공정 논란 입찰 사안을 수요기관과 조달청이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이 건 사업은 대통령 경호처가 발주한 경호안전교육원 3단계 사업 건설공사 관급자재(오수처리시설) 구입 일반(총액)경쟁 입찰로 사업금액은 3억 2십만 13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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