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4일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지자체 개인하수처리시설 설치기준 고시의 적정 범위와 운영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논의는 특정 시설의 필요 여부를 넘어, 우리 사회가 물을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장이였다.
핵심은 명확하다. 하수를 보다 안정적으로 처리하도록 기준을 복원할 것인가, 아니면 기존 관행과 일부 이해관계자의 편의를 위해 이를 유예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토론 과정에서 쟁점이 된 유량조정조의 개량조와 침전조 호퍼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오수를 균등하게 분배하고, 부유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기본적인 처리 구조다.
하수도법에서도 오수를 균등하게 분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최근 제주 지역 사례와 원격 모니터링 자료에서도 방류수질 기준 위반의 대부분이 부유물질(SS) 초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해당 시설들이 선택 사항이 아니라, 처리 안정성과 유지관리를 위해 필요한 기본 요건임을 의미한다.
사실 이러한 구조는 1990년대 FRP 오수처리시설이 국내에 도입되던 초기에는 기본 사양이었다. 그러나 이후 저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부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하나씩 제외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오수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가 확산되었다.
문제의 본질은 기술 부족이 아니다. 기준의 후퇴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기존 등록 제품에 해당 구조가 없다는 이유와 방류수질 검사에서 약 90% 이상이 기준을 충족한다는 점을 근거로 기준 강화를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교통사고의 90%가 사망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안전장치를 없애자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동차 산업은 사고 가능성을 전제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전벨트와 에어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그 결과 지금은 경차에도 에어백이 기본 장착되는 것이 당연한 기준이 되었다. 이는 기업이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주체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 안전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오수처리시설 또한 마찬가지다. 하수를 보다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책임이 있다. 더 잘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 산업의 발전에도 이바지한다.

이러한 접근에서 용인시의 정책은 그 방향성이 더욱 우려된다.
용인시는 반도체 산업 유치를 통해 대규모 용수를 사용하는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물 사용량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하수 발생량의 증가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에 상응하는 하수 처리 기준 역시 강화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는 기준을 유예하는 수준을 넘어, 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구조를 사실상 방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은 더 많이 쓰면서, 오염수 처리 기준은 미루고 있다. 이는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순환하는 공공 자산이다. 그 사용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라야 하며, 특히 외부 수계를 통해 공급받는 물일수록 그 관리에 대한 신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강 수계를 기반으로 한 용수 공급은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수질을 훼손하지 않고 적정하게 처리하여 되돌려보낼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약속이다.이 약속이 지켜질 때 비로소 물 공급의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준 완화가 아니라, 신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을 유지하는 일이다.
용인시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산업 발전을 위한 물 사용 확대와 그에 따른 환경적 책임을 함께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단기적 편의를 위해 오염을 방치하고 장기적 신뢰를 훼손할 것인지. 그 선택은 결국 시민과 환경이 감당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