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수도법 시행 첫해를 맞아 일부 지자체가 개인하수처리시설 기준 재조정을 검토한다 알려지면서 제도 신뢰와 과학적 근거 후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환경일보DB
일부 지자체 기준 재조정 검토··· 업계, 공공성 훼손 우려
준공 수질검사 합격률 높아도 제조·시공·관리 전반 불신 팽배
용인시, 오수처리시설 기준 재조정 검토··· "확정은 아냐" [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2022년 하수도법 개정 이후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5년 12월 11일부터 관련 규정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조례와 지침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와 용인특례시 등 주요 지자체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관리 기준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며 제도 안착에 공을 들이고 있다.
거꾸로 가는 시계? 용인시의 알 수 없는 재개정 검토
그러나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이 같은 제도 개선 흐름에 역행하는 움직임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용인특례시의 경우, 지난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마련한 조례와 지침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부 내용을 과거의 느슨한 기준으로 되돌리는 방향의 재개정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현장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전문적인 연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립된 지침을 시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완화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질 데이터 합격?, 현장에선 아무도 안 믿어
현재 각 지자체의 관리 지침은 국내 FRP 오수처리시설의 구조적 결함과 성능 한계를 장기간 관찰한 결과, 그리고 기후에너지환경부 하수처리시설 운영편람 등을 토대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일부 지자체에서 기준 완화나 재조정 움직임이 나타나자 업계 안팎에서는 정책 결정의 일관성과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현행 ‘준공 시 수질검사 합격률’ 중심의 평가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수치상 합격률은 90% 이상으로 집계되지만, 현장에서는 이 수치만으로 시설의 실제 처리 성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제조사와 시공사, 유지관리업체뿐 아니라 인허가 업무를 맡는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현재 오수처리시설의 처리 수질과 운영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준공 시점의 수질검사 결과만으로는 제품 성능이나 시공, 유지관리상의 문제를 충분히 걸러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용인시, 민원 및 현장 부담 반영 검토 예정 밝혀
용인특례시 측은 기준 재조정이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희정 용인특례시 하수도사업소 하수시설과 오수관리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원이 제기된 부분이 있어 내용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아직 확정된 부분은 아니다”라며 “행정예고나 내부 결재까지 진행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마련한 기준에 대해서도 “이미 시행돼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인시는 다만 제도 시행 초기의 현장 애로와 주민 부담 여부는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현장 여건상 완전히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있다”며 “시장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었고, 공익 목적과 함께 건축주에게 과도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되는 만큼 그런 부분이 있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과 시공 지연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팀장은 “제주도의 경우 설치 비용이 많이 증가한 사례가 있었다”며 “용인시도 설치 신고는 들어왔지만 실제 매립은 지연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주민 입장에서 불편 사항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용 증가 폭이나 제도 조정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 전이라 시행 여부를 아직 확답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근본적 대안은 ‘데이터 기반의 투명한 관리’
한국생활하수처리협회는 정책 완화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제조업체의 주장처럼 채수 방법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개선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에어펌프를 포함한 등록 제품의 용량과 성능을 재검증해야 한다. 특히 형식적인 인증을 넘어, 부실시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실제 현장에서의 가동 성능을 확인해야 한다. 둘째, 시공 및 유지관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부실시공 방지를 위한 현장 감독과 관리 책임을 명확히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일회성 검사가 아닌 상시 모니터링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데이터 기반 운영’, 즉 개인하수처리시설 IoT(사물인터넷) 관리 도입이 시급하다. 데이터 기반의 상시 관리가 이뤄질 때 비로소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하수도법 시행을 계기로 개인하수처리시설 관리 체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과학적 근거에 대한 존중이 최우선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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