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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함양 - 더욱 엄격해진 제주도 개인하수처리시설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5-09-26
  • 조회수 : 53

농촌 환경문제, 답은 있다(3)

김경민·곽영군 기자 news-hy@hanmail.net 입력 2025/09/15 10:20수정 2025.09.16 14:55
엄격해진 제주도 개인하수처리시설

”시골이 도시보다 더럽다”는 말은 편견이 아니라 현실에서 비롯된다. 농촌은 공공 상·하수도 인프라가 취약하고 주거지 인근에 축사가 밀집해 악취와 수질오염이 반복된다. 주간함양은 함양군과 유사한 조건의 국내외 지역을 취재해 해결책을 찾고, 현안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국내 농촌 환경 개선 방향은?
(2)상습 악취 지역에서 민원 0건으로
(3)더욱 엄격해진 제주도 개인하수처리시설
(4)일본은 이렇게 해결했다
(5)도심과 축사가 이렇게 가까운데, 냄새는?
(6)한국에 없는 <악취 자격증>

 

김준희 제주시 상하수도과 개인하수처리시설 지도점검 TF팀장
김준희 제주시 상하수도과 개인하수처리시설 지도점검 TF팀장

제주도는 지난해 개인하수처리시설 설치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단순히 건축 인허가 요건을 맞추는 ‘형식적 정화조’에서 벗어나, 지하수 보존이라는 실질적인 목적을 담은 강화된 처리시설로 전환한 것이다. 이 조치는 기준미달 제품과 부실시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방류수 수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이러한 결정은 제도적 개정이 아니라, 도민들의 생존 기반인 지하수를 지키기 위한 “환경 안전망” 구축에 가깝다. 제주도 관계자는 “오염원을 사전에 관리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 치명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화조에서 개인하수처리시설로 제도적 전환의 배경


제주도는 지하수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지역이다. 음용수뿐 아니라 농업(96%), 관광산업의 기반까지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어 오염은 곧 생존 위협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오랫동안 농어촌 지역에서는 개인 정화조가 사실상 표준처럼 사용되어 왔다. 하루 1톤 이하 오수 발생 건물은 정화조만 설치하면 건축 사용 승인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함양군과 비슷하다. 개인이 사용하는 정화조가 “물리적 분리 장치” 수준에 머물렀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정화조는 고체와 액체를 단순 분리할 뿐, 수질 정화 기능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해 왔다.

일반적인 개인오수처리시설은 FRP(섬유강화플라스틱) 재질의 일체형 구조로 제작되며 내부 칸막이가 접착식으로 설치돼, 수압에 약하고, 또한 매립형으로 설치할 때 지면 하중을 견디지 못해 붕괴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전체가 하나의 탱크처럼 작동하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이 경우 단계별 침전, 폭기, 여과 등의 과정이 무력화돼, 정화되지 않은 오수가 그대로 방류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 같은 문제는 2019년 언론 보도를 계기로 공론화됐다. 제주도의회는 지하수 오염의 주요 원인이 개인하수처리시설에 있음을 확인하고, 제도 개선을 본격 논의했다. 그 결과 2021년 7월, 제주시청에 전국 최초로 ‘개인하수처리시설 지도점검 TF팀’이 신설됐다. 처음 7명으로 출발한 TF팀은 현재 14명 규모로 확대돼 운영 중이다.

“단독 정화조 설치금지, 강화된 처리시설 의무화”


제주시는 2024년 6월부터 강화된 개인하수처리시설 설치 기준을 시행했다. 가장 큰 변화는 “단독 정화조 설치금지”다. 이제는 하루 1톤 이하의 오수를 배출하는 건물이라도 반드시 고도처리 기능을 갖춘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세부 기준도 대폭 강화됐다. △처리 방류 용량 여유율 130% 확보 △최소 3톤/일 이상 설계 △침전분리조 별도 설치 △생물반응조 용량 확대 및 강화된 세부설치 기준 의무화 △FRP 재질 강화(칸막이 보강·두께 상향) △상부 콘크리트 마감 의무화 △철근 구조 내구성 강화 등이 그것이다.

김준희 제주시 상하수도과 개인하수처리시설 지도점검 TF팀장은 “과거 정화조는 원바디(일체형) 구조라 내부 격벽이 무너지면 제 기능을 못했지만, 이제는 공정을 분리한 구조(Two-Body)로 설계돼 안정성이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즉 제주형 개인하수처리시설은 전처리조(침전분리조, 유량조정조)와 후처리조(생물반응조, 침전조, 방류조)로 공정을 분리해 처리 효율과 안전성을 높인 것이다.

“등록 제품보다 현장검증 강화”


TF팀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검토부터 사전·준공·준공채수 및 사후관리 체계를 확립했다. 과거에는 ‘등록 제품’이라는 이유로 현장 검증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제주는 이를 배제하고 직접 확인 절차를 강화했다.

김 팀장은 “등록 제품이라고 성능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현장에서는 성능에 문제가 있는 제품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TF팀은 설계 검토와 시공 전 단계부터 현장을 방문해 두께·내구성·여재 길이 등 도면과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준공 시에는 채수를 통해 방류 수질을 검사한다.

현재 기준치는 BOD·SS 20ppm 이하다. 기존 정화조 시절에는 이를 초과하는 사례가 빈번했지만, 강화된 제도 시행 이후 초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김 팀장은 “아직 시행 초기라 지하수 수질 개선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며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민 부담과 제도의 현실적 과제

강화된 기준은 분명 환경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도 커졌다. 기존 정화조 설치 비용이 약 500만 원 수준이었다면, 새 기준을 충족하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은 최소 1300만~1500만 원이 소요된다. 두세 배에 달하는 비용이다.

현재까지는 별도의 보조금 제도가 없어, 주민들은 자비로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유지관리다. 일부 주민들은 송풍기 소음을 이유로 기기를 꺼버리거나,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가동을 중단하기도 한다. 김 팀장은 “결국 관리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IoT(사물인터넷) 기반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시범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전국 최초 그러나 전국 확산은 과제


제주도의 사례는 전국 지자체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여전히 “환경부 승인 제품”이라는 이유로 기존 정화조를 사용한다. 그러나 제주도처럼 실제 현장 검증과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한 지하수와 공공수역 오염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제주시는 2019년부터 20여 차례의 벤치마킹과 기관 방문을 거쳐 이번 제도를 완성했다. 김 팀장은 “결국 중요한 건 현장 중심의 관리”라며 “제주가 만든 기준이 전국 표준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제주도는 건축 허가용 ‘형식적 정화조’를 넘어, 실질적으로 운용 가능하고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제도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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